서울 — SOL 월례 세미나에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특임교수 이인근이 도시계획 33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계천 복원과 지하철 확장 등 굵직한 사업을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형성을 위한 내적 여정”으로 풀어냈다. 그는 도시를 “태어나고 늙고 병드는 생명체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로 규정하며, 계획가의 일은 물리적 결과물을 넘어 비전 공유·갈등 조정·경청과 인내라는 덕목을 통해 개인의 성숙과 영적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인근 교수는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제14회 기술고시 합격 후 서울시 건설기획국장, 도시계획국장,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도시안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청계천 복원, 서울 지하철(특히 9호선) 등 핵심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은퇴 후에는 몽골에서 도시계획학과 설립을 돕는 등 개도국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젊은 시절 오푸스데이 기숙사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베네딕도회 제속 회원으로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를 자신의 직업적 윤리와 결합해 왔다.
기억을 지우는 재개발?
이 교수는 “서울은 아직 ‘어린 도시’라 변화 속도가 빠르다. 애석하지만 새로운 장소성 창출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고밀도 vs 중밀도
해법은 ‘밀도 논쟁’이 아니라 적정 1인 점유면적과 지방도시 개방성 강화. 콤팩트 서울은 교통 동선 단축·지하철 분담으로 1인당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
하이퍼루프 같은 초고속 교통?
“도시교통의 본질은 선(線) 속도가 아니라 정거장 접근성과 서비스 빈도. 급행 체계가 현실적 최적해.”
부패 리스크와 행정 윤리
“서울은 엄격한 균형·긴장·투명성이 작동해 일할 수 있었다. 거대한 사업을 ‘정상가치’로 끌고 가는 제도적 힘이 중요하다.”
이번 강연은 청계천·지하철 같은 ‘하드웨어’의 성공을 대화·리더십·윤리·영성이라는 ‘소프트웨어’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를 “내 삶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이자 스승”으로 본 그의 관점은, 공공·민간을 막론하고 도시를 다루는 모든 실무자에게 기술–가치–공동체를 통합하는 프레임을 제시한다.